둥근마 2

작물을 존중하는 일

작물을 존중하는 일 권영상 하루종일 마씨 절편을 기다린다. 마씨 절편이란 눈을 틔우기 위해 잘라놓은 마 조각이다. 바깥일을 하다가도 쉴 참이면 휴대폰을 연다. 혹시 배달 날짜와 시간이 들어왔나 하고 열어보지만 역시다. 안성 밭에 고추며 토마토 모종할 시기가 임박해 있다. 지금쯤 마씨를 가져가면 함께 심을 수 있어 딱 좋은 때다.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마씨를 서울이 아닌 안성으로 부쳐달라고 농장 주인에게 전화를 드렸다. “걱정 마세요. 5월 초에 보내드리겠어요.” 그러나 약속한 그 5월 초순이 이미 기울고 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안성으로 내려와 모종을 모두 마쳤다. 생강이며 강황, 토란과 칸나는 집에서 보관한 걸 골라다 심었다. 이제 남은 건 마씨 절편이다. 꽃씨도 나왔고, 글라디올러스도 새움이 삐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