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호박된장국 권영상 하루 종일 비 온다. 이런 날은 뜨끈한 국물이 땡긴다. 저녁엔 호박된장국이 좋겠다. 생각난 김에 바구니를 들고 나간다. 파밭에서 실궂한 파 두 뿌리를 뽑아 다듬어 담고, 들깨 포기에서 연한 들깻잎 대여섯 장을 딴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들깻잎 딴 손에서 화아한 들깻잎 냄새가 난다. 바구니를 들고 부추 이랑에 가 앉는다. 가위로 비를 맞고 있는 부추를 삼박삼박 자른다. 부추의 초록 향기가 속속 올라와 코 안을 자극한다. 아직 손도 대지 않았는데 엉덩이 뒤에 있는 당귀 이랑에서 당귀 냄새가 난다. 당귀는 꽃 보려고 올 봄 모종 열 뿌리를 사서 심었다. 근처에만 가도 설악산 천불동에서 마시던 당귀차 향이 난다. 두어 잎 따 담는다. 한약 같이 진한 당귀 향이 좋다. 길다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