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작별이 있는 후문 권영상 일이 잘 되는 중에 전화가 왔다. 아내다. 10분 뒤 전철역에 내릴 테니 데리러와 달란다. 전철역까지 가려면 10분쯤 걸린다. 바깥옷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초여름날의 오후 8시 반은 어스름하다. 전철역이 가까운 쪽은 후문이다. 관리소를 지나 도라지밭 사이로 난 소로를 걸어 후문으로 향한다. 우련한 등불빛이 어룽대는 후문에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정문으로 돌아가기엔 멀다. 나는 숨소리를 죽이며 그들 곁을 지난다. 장미 덩굴을 올린 아치문에 기대어 선 그들은 아무래도 나를 의식했겠다. 껴안은 몸을 풀지도 못한 채 꼼짝 않고 있다. 괜히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걸음을 빨리했다. 후문 바로 건너편은 빵가게고 그 옆은 헤어숍이다. 가게 불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