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3

장맛비를 기다리는 이들

장맛비를 기다리는 이들 권영상 장마철이다. 해가 나면 폭염이 걱정이고 장마가 지면 줄기차게 내리는 장맛비가 걱정이다. 장맛비 때문에 새로운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대추나무다. 나무시장에서 큼직한 대추나무를 사다가 심은 지 3년.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대추나무쯤이야 그냥 심어두면 대추가 열리는 줄 알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대추나무 전지법을 배웠다. 그대로 전지를 한 탓일까. 대추 열매가 오종종하게 열렸다. 물론 볕도 좋았고, 비도 알맞추어 왔다. “대추 한 가마는 따겠구나!” 나는 대추나무에게 실없는 농을 했다. 근데 하늘이 내 농을 들었을까. 시샘하는 게 분명했다. 좀만 비 내려도 대추나무가 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더니 끝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우듬지 쪽 새 가지들이 성하긴 너무 성했다. 비 내..

뜰안의 대추나무

뜰안의 대추나무 권영상 뜰안 대추나무에 대춧잎 핀다. 유독 반짝인다. 대춧잎은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마주 보는 마음을 반짝이게 한다. 세상에서 대추나무 대춧잎처럼 반짝이는 게 있을까. 수면에 부서지는 햇빛처럼 눈부시다. 해가 뜨나 안 뜨나 별나게 반짝인다. 대추나무를 뜰안에 심은 건 지지난 해 초겨울이다. 가급적 집안엔 한 식구처럼 친숙한 나무를 심고 싶었다. 감나무 같이 왜 좀 편안한, 마음씨 좋은 작은아버지 같은, 가까운 5촌이거나 7촌 당숙 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촌수를 가진 사이처럼 친숙한. 그런 나무 중에 살구나무가 있고, 모과나무가 있다. 어린 시절, 살구나무 골목길에서 비석치기나 술래잡기를 늦도록 하다보면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부르셨다. 하던 놀이를 급히 마치고 집으로 달려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