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을 나누어 주다
자명종을 나누어 주다 권영상 그때는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가는 곳이 있었다. 앞 베란다였다. 나팔꽃이 피고 있었다. 아침마다 대여섯 송이, 또는 십여 송이씩 피었다. 꽃 보는 일도 즐거웠지만 그 꽃을 한 송이 두 송이, 하며 세어나가는 일도 즐거웠다. 나팔꽃이 우리 집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아내를 의심할 뿐이다. 앞 베란다엔 지금도 꽤나 여러 개의 화분이 있다. 몇 개의 괜찮은, 나이든 로즈마리거나 부켄베리아를 빼면 대부분 흔한 선인장이거나 큰괭이풀 화분들이다. 그 흔한 것들도 가지 하나 떨어지면 작은 그릇이나 화분에 담아 기어코 살려내는 사람이 아내다. 아내는 부엌에서 나오는 쌀뜨물 한 종지도 그냥 버리지 않고 그걸로 화분 속 식물을 살리는 데 썼다. 그런 까닭에 베란다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