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가고 봄이 오다 권영상 모처럼 뜰안에 빈자리가 생겼다. 소나무가 섰던 자리다. 처음부터 우리가 손을 대기엔 너무 큰 소나무가 뜰안에 있었다. 그게 봄마다 민폐를 끼쳤다. 송화가루 때문이다. 4월 봄바람이 불면 송화가루가 흙길을 달려가는 자동차 먼지처럼 뽀얗게 날렸다. 남의 일이라면 멋있어 보였을 그 풍경이 내 일이고 보니 민폐였다. 우리 집은 물론 이웃집 창문이며 세워놓은 승용차 속을 비집고 들었다. 뜰에 널어놓은 빨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가끔 방 청소를 해보면 안다. 물걸레 밑이 송홧가루로 노랬다. 그뿐 아니다. 나무둥치 하나가 이웃 밭으로 기울어져 그 집 농사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궁리 끝에 소나무를 베어내기로 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너무 커 불가능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옆집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