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2

까마귀는 재미있다

까마귀는 재미있다 권영상 요 몇 년 풍신이 몸이 아팠다. “네가 몹시 총명하니 올해도 내 부탁을 좀 들어다오.” 풍신은 까마귀를 불러 앉혔다. 이 풍신이 누군고 하면 ‘음력 2월의 신령이 된 바람’이다. 그러니까 바람의 신이다. 풍신은 해마다 음력 초하루면 사람 사는 집마다 내려와 그 집안 사정을 두루 살펴서는 그달 스무날쯤 하늘로 올라간다. 그는 옥황상제를 알현하며 집집의 사정을 고한다. 그 사정을 두루 들은 옥황상제는 그 해에 있을 마을의 길흉화복을 적어준다. 그걸 가지고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는 분 이 풍신이다. “올해도 이 일을 네가 좀 맡아줬으면 좋겠다.” 까마귀는 기꺼이 풍신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2월 스무 날, 까마귀는 풍신이 적어준 문서를 물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풍..

까마귀의 말참견

까마귀의 말 참견 권영상 아침부터 길 건너 장씨 아저씨네 고추밭이 떠들썩하다. 건너다보니 떠들썩한 목소리가 고추밭에 들어선 두 대의 파라솔 밑에서 울려나온다. 장씨 아저씨 부부다. 고추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이슬이 말라가는 고추밭을 흔든다. 파라솔 그늘에 숨어 익은 고추를 따는 모양이다. 장씨 아저씨 춘부장께선 지난해에 돌아가셨다. 그래선지 통 보이지 않던 그 댁 며느리인 장씨 아저씨 아내가 모처럼 나왔다. 젊은 분의 목소리가 무잎처럼 푸르고 싱그럽다. 나도 무밭의 벌레를 잡으려고 방에서 나와 무 이랑에 들어섰다. “저번에 진주엄마 말야. 고지서 봐 달래서 갔더니 글쎄 진주엄마 안경이 장장 여덟 개야! 여보, 놀랍잖아? 뭔 멋을 낸다고 여편네가 안경이 여덟 개야?” 숨죽이며 벌레를 찾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