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조심 권영상 집 가까이에 산이 있다. 아침마다 오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쉴 틈을 이용해, 때로는 하루의 무게를 느낄 때, 때로는 운동을 위해 오른다. 나무들이 무성한 산은 늘 조용하다. 산을 오르는 이들은 대개 나처럼 혼자다. 혼자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일은 일종의 여가이며 여유다. 근데 그 호젓한 오솔길에 난적이 나타났다. 난적이란 오솔길 옆에 선 잣나무에 누군가가 붙여놓은 ‘뱀조심’이다. A4 용지에 검정 매직으로 쓰여진 손글씨다. 바람에 떨어질까 봐 투명 테이프로 겹겹이 친친 감아 놓았다. '뱀조심'을 보는 순간 마음이 섬뜩해졌다. 이 산에 웬 뱀이람! 나는 놀란 마음에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뱀이라면 얼마나 큰 뱀일까. 혹시 뱀에 물렸던 걸까. 아니면 크게 놀랐던 걸까. 타인을 위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