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3

아침에 물을 주다

아침에 물을 주다권영상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곧장 텃밭으로 나간다. 흙과 직면하여 사는 게 오랜 꿈이었다. 가뭄에 텃밭에 나가면 할 일이 있다. 작물에 물을 주는 일이다.밭에 토마토 20포기가 크고 있다. 안성에 내려온 지 11년째인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토마토를 가꾸었다. 토마토에 대한 아련한 십 대의 기억이 있다. 어머니 병환 때문에 아버지는 돈이 될 만한, 당시의 특용작물인 토마토 농사를 지으셨다. 나를 앞세워 토마토 모종을 밭에 내고, 나를 앞세워 토마토가 익으면 읍내 가게에 내다팔던, 좀은 쓸쓸했던 과거가 이 나이 먹도록 내 몸에 상처처럼 남아있다.  토마토를 사주는 가게가 없으면 손수레를 끌고 10리길을 그냥 돌아왔다. 그때 아버지는 마른기침을 얼마나 하시던지. 토마토가 병원비 마련에 ..

기껏 토마토 12개를 위해

기껏 토마토 12개를 위해 권영상 연일 폭우다. 폭우는 점점 거칠어지고 양은 해마다 많아진다. 우리나라가 지금 여름비의 한복판으로 질주하듯 달려들고 있다. 틈을 내어 바깥에 잠깐 나가 호미를 잡고 들어오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때마다 찬물 샤워로 펄펄 끓는 몸을 식힌다. 거친 여름비와 폭염, 예년에도 이랬나 싶게 여름이 점점 거칠어진다. 안성 일을 보고 빗길을 달려 서울로 올라오면 또 안성 걱정이다. 거기엔 많지는 않아도 12포기 심어 키우는 토마토가 있고, 강낭콩 여섯 줄이 있다. 둘 다 장맛비에 약한 작물이다. 비가 내려 토양에 수분이 많아지면 토마토는 수분 흡수가 높아져 껍질이 터진다. 상처 난 토마토는 폭염에 견디지 못하고 이내 상한다. 강낭콩도 마찬가지다. 비에 쓰러져 꼬투리가 흙에 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