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따다 권영상 “감 따러 갑시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자, 아내가 커다란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나도 하던 일을 놓고 장대가 아니라 전지가위를 집어 들었다. 뜰마당 감나무에 감이 익은지 오래다. 감은 서리가 내리기 전부터 붉었지만 따는 걸 미루어왔다. 아내는 후딱 따는 것보다 오래 두고 보자, 주의였다. 그 말에 나도 동감이다. 감나무의 멋은 감잎 떨어진 뒤 가지마다 붉은 감이 매달려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처음 감나무를 심은 것도 감이 열린 늦가을 풍경이 그리워서였다. 나는 바구니를 든 아내와 문을 열고 나섰다. 감은 정확히는 단감이다. 심은 지 4년 됐다. 8년 전, 나는 매실나무와 모과나무를 심었고, 그 이듬해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그러니까 감나무는 그 썩 뒤에 심은 편이다. 늦은 가을 긴 장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