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젤로가 사라졌다 21회- 화랑 사다함

권영상 2024. 12. 23. 10:33

 <월요 이야기동시 연재>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7. 화랑 사다함

 

 

반란

 

“마마, 반란이 일어났나이다!”

전령이 다급하게 대전으로 달려들어왔다.

진흥왕은 침착했다.

“숨을 가다듬고 말하여 보라. 대체 어디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거냐?”
전령이 또박또박 사실을 말씀드렸다.

“멸망한 가야 땅에서 가야의 잔여 세력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하옵니다.”

전혀 예견 못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백제와 왜의 힘을 빌어

가야를 되찾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음모는 일찌기 들은 바 있었다.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 해가 562년. 9월.

“속히 이사부 장군을 부르라.”
반란 소식에 갑자기 대전 안이 바빠졌고, 신라가 분주해졌다.

이사부 장군이라면 백전노장의 명장이다.

가야나 백제 고구려가 신라 변방을 쳐들어오거나

울릉도 섬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때 장군은 달려가 그곳을 평정했다.

진흥왕의 영토 확장의 꿈을 실현 시켜준 이가 바로 이사부 장군이다.

장군이 몇몇 젊은 장수들과 함께 대전에 들어섰다.

“장군께서 다시 한번 나서 주어야겠소.”
이렇게 하여 진압을 위한 출정 어명이 떨어졌다.

그때 장군을 보위하여 함께 온 어린 화랑이 나섰다.

“마마, 저도 전장터에 나가 싸우게 해 주옵소서.”
급찬 구리지의 아들 사다함이었다.

“전장터에 나기기에 그대는 너무 어리다. 이제 15살이지 않느냐?”
사다함은 용기를 내었다.

“화랑으로서 임전무퇴의 용기를 발휘하고 싶나이다. 바라건대 뜻을 이루게 하여 주소서.”
왕이 다시 만류했다.

“왕은 이 나라 모든 아들들의 아버지 심정을 지니고 있다. 다음에 기회를 주겠노라.”

사다함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나라 화랑들은 신라를 어버이같이 여기나이다. 나이가 어리다 하여 위급한 어버이를 외면하는 건 자식의 도리도 아니며 화랑의 도리도 아니옵나이다.”

그 말에 왕이 물러섰다.

“그렇다면 이사부 장군! 사다함을 부장으로 데려가 전공을 세우고 돌아오시오.”

“네. 마마.”

사다함이 참전한다는 소식은 금시에 온 신라에 퍼졌다.

사다함을 따르는 낭도 1000여 명이 바람처럼 모여들었다.

충성심과 의리와 우정을 사랑하는 신라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사다함을 흠모하였다.

 

 

성루에 깃발을 올리다

 

반란 세력이

점령하고 있는 성을 멀리 두고 이사부 장군이

군사들의 행렬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사다함을 불렀다.

“사다함, 그대에게 작전 수행 임무를 주겠다.”
15살 사다함이 말에서 내려 이 백전노장의 명을 받았다.

“명을 내리소서.”

“기병 5천을 그대에게 줄 것이니 반란군의 성문을 열고 들어가 성루에 하얀 깃발을 꽂으라. 그러면

내가 보병을 이끌고 가리라.”

“장군, 어린 사다함에게 너무 혹독한 임무입니다.”
보병을 지휘하는 천둥뇌벽의 장수였다.

“무슨 가당치 않은 말씀이오이까. 장군의 명을 받아 전공을 세우겠나이다.”

사다함은 말 위에 올라 기병 5천의 맨 앞에 나섰다.

“위대한 신라의 기병들이여! 나를 따르라!”
눈은 더욱 빛났고 목소리는 더욱 우렁찼다.

이윽고 함성 소리와 함께 기병이 진격했다.

그 위세가 마치 폭풍 같았다.

달려오는 신라군을 보고 가야의 반란 세력들이 성밖으로 몰려 나왔다.

그러나 이 갑작스런 선제 기습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사다함은 치열한 전투 끝에 성문을 열고 들어가 성루에 흰색 깃발을 높이 올렸다.

이것은 사다함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속전속결의 놀라운 기세였다.

멀리서 이 깃발을 본 이사부 장군이 약속대로 보병을 이끌고 와

성을 점령하자 성안의 사람들은 물론

가야 병사들 모두 장군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항복하였다.

 

 

상을 받아 아름답게 쓰다

 

“이번 출정에서 그대 사다함이 발휘한 공이 적지 않았구나!”
왕이 사다함의 전공을 높이 치하했다.

“아니옵니다. 이사부 장군의 전략에 조그만 힘을 보탰을 뿐이옵나이다.”
사다함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대의 전공을 모든 장수들이 칭찬했다 그 상으로 사로잡은 포로 200명과 토지를 내리겠노라.”

왕의 명에 사다함이 곡진하게 말했다.

“소장은 오직 작은 힘을 보탰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왕이 물러설 뜻이 없음을 안 사다함이 말했다.

“마마께서 내리는 상을 감사히 받겠나이다.”

가야와의 싸움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날, 해가 지기 전에 사다함은 상으로 받은 포로들 중 노비는 평민으로 풀어주고,

평민은 원하는 데에 나가 자유로이 살게 하였다.

“상으로 받은 토지는 함께 싸운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네.”

사람들은 사다함의 높은 뜻을 칭찬하였다.

“어리다고 만만히 볼 분이 아니야.”

“이 신라땅에서 사다함 말고 또 멋진 화랑이 누가 있을까.”
모두들 그의 대인배다운 모습을 아름답게 여겼다.

 

 

우정

 

그 일이 있고 2년 뒤

사다함과 가까이 지내던 친구 무관랑이 죽었다.

같은 화랑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로 극진히 아끼던 사이였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 우리의 우정을 빛내자.”

그들은 평소 이렇게 말하며 깊은 우정을 쌓아갔다.

나이 17살 적 사다함은

끝내 친구 무관랑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