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권영상 '상상 동시가게' 연재동시 4회

권영상 2024. 1. 13. 12:41

 

권영상의 '상상 동시 가게'  연재동시 4회

 

 

 

 

 

16. 햇빛을 빌려드려요

 

 

겨울을 코앞에 두고

꽃 피우는 민들레에게

모자라는 햇빛을 빌려드립니다.

 

일찍 겨울잠을 자러 가느라

미처 다 쓰지 못한

흰 곰들의 햇빛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빌려 쓰실 수 있습니다.

 

  -햇빛 돌려쓰기 어머니 모임

 

 

 

 

 

17. 첫눈 배달

 

 

아침 문을 여니

뜰마당에 배달이 와 있다.

엄마, 배달이 왔어요!

나는 소리치며 달려나가

세상에서 가장 큰 배달 상자를 연다.

하늘이 보낸 희고 깨끗한 첫눈.

첫눈을 꺼내어 만져도 보고

뭉쳐도 보고

내 꿈이 가는 곳까지 멀리 던져도 보고

그리고 내가 바라던

눈사람을 뜰마당에 오뚝 만들어 세운다.

언제 보내주시려나? 하고

기다리던 내 마음을 하늘이 아셨나 보다.

소복소복 보내온

첫눈 배달.

 

 

 

 

 

18. 눈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창밖을 내다보니

내가 만든 눈사람 달표가 사라지고 없네요.

골목에 서 있던

덩치 큰 눈사람도

볼일이 있는 사람들처럼 모두 가버렸네요.

그 후, 나는 우연히

눈 내리는 상수리나무 숲을 헤매다가

눈사람들이 모여 사는 산속 마을을 만났죠.

눈사람 달표는 거기 있었습니다.

달표와 나는 힘을 모아

그곳으로 가는 여행자의 길을 뚫었습니다.

당신이 만들고 잊어버린

먼 옛날의 눈사람을 보고 싶다면

그 만남을

우리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눈사람 찾아주기 모임

 

 

 

 

 

19. 재미난 이야기를 삽니다

 

 

하도 재미있어 어느 할머니에게 딱 제 값에 산 이야기입니다.

 

바보아들이 선을 보러

각시가 될 여자 집에 가는 날이었죠.

바보아들이 걱정인 어머니는

아들의 허리춤에 박 하나를 매달아주며 당부했죠.

그 댁 어른이 성이 뭐냐고 묻거든 여기 매달아준 박을 보고 박씨요!

대답하라고 일렀죠.

바보아들은 덜렁덜렁 길을 떠나 도랑을 휙 건너뛰고,

언덕을 성큼 타고 넘어 각시가 될 여자 집에 다다랐죠.

어른들께 절을 하고 자리에 앉자, 정말 각시가 될 여자 아버지가 물었죠.

-성씨가 뭣인가?

바보아들은 너무나 쉬운 물음에 낄낄 웃으며

허리춤을 쓱 들추어 보았죠.

아하, 이걸 어쩌나요.

개울을 건너뛸 때 박이 떨어진 걸 모르는 바보아들은

거기 매달린 박꼭지를 보고 얼른 대답했죠.

-꼭지씨요!

 

 -이야기를 사는 가게 이바구

 

 

 

 

 

20. 유성우 별똥별쇼

 

 

새해맞이

유성우 쇼를 예고합니다.

쇼 개막은

한 해가 마무리 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12월 31일 밤.

세계 3대 유성우 쇼 중의

가장 멋진 사분의자리 별똥별 쇼에

여러분을 특별히 초대합니다.

최고의 볼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별들의 눈부신 낙하 기술입니다.

별들이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거나,

곤두박질치는 기술에 감탄하실 겁니다.

팝핑 별 캔디를 뿌리는 멋지고

달콤한 새해맞이 쇼,

절대 놓치지 마세요.

 

   -별똥별쇼 진행위원회

 

 

 

 

상상 동시 가게연재를 마치며

 

 

지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이번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동시 20편으로 나름대로 상상 동시 가게라는 새로운 장르의 한 모퉁이를 보여드렸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동시먹는 달팽이>의 귀중한 지면을 허투루 사용하면 어쩌나 하고 고심했댔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상상 동시 가게에 대한 호응이 나쁘지 않았고, 미력하나마 선배로서의 역할도 조금 한 것 같아 연재를 마치는 지금,

마음이 가뿐합니다.

상상 동시 가게는 동시집 <상상 동시 몰>이라는 이름으로 내년쯤 출간 예정입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과

또한 지면을 주신 <동시먹는 달팽이>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럼 총총

 

 

<동시먹는 달팽이>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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