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연필의 마음

권영상 2021. 8. 20. 10:06

 

연필의 마음

권영상

 

 

연필 끝이

자꾸 무뎌진다.

 

나는 연필의 속마음도 모른 채

뾰족하니 연필심을 깎아들고

글씨를 쓴다.

 

언젠가 보면

연필심은 또 조용히 무디어 있다.

 

부드럽고

무디어지기를 좋아하는 것이

연필의 마음인 걸

 

그걸 모르고

나는 자꾸 연필심을 깎는다.

뾰족하게.


 

 

<한국문학신문> 2021년 9월

'내동시 참깨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슬프게 하는 말  (0) 2021.09.21
  (0) 2021.08.23
개미란 놈  (0) 2021.07.31
버찌똥  (0) 2021.07.08
비틀, 한다  (0) 2021.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