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연필의 마음
권영상
연필 끝이
자꾸 무뎌진다.
나는 연필의 속마음도 모른 채
뾰족하니 연필심을 깎아들고
글씨를 쓴다.
언젠가 보면
연필심은 또 조용히 무디어 있다.
부드럽고
무디어지기를 좋아하는 것이
연필의 마음인 걸
그걸 모르고
나는 자꾸 연필심을 깎는다.
뾰족하게.
<한국문학신문> 202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