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권영상
할머니집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아빠 보고 그러셨지.
이렇게 좋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별거 아니에요. 오다가 사과 좀 샀어요.
아니 그 말고 우리 진홍이.
진홍이요? 장난만 치는 진홍이가 선물은 무슨.
그러니까 귀한 선물이지. 장난치는 사과가 어디 있겠니?
새해를 맞이했다.
어려웠던 한 해를 보낸 탓인지 새해 달력을 거는 기분이 각별하다. 그런 기분으로 고른 게 이 동시다. 오랜만에 짬을 내어 사과를 사들고 찾아간 할머니 집. 깜짝 놀라며 이를 반기는 할머니. ‘이렇게 좋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그런데 할머니가 반기는 그 선물이 사과가 아니라 손녀다. 이에 웬 뚱딴지같은 말씀이냐며 쳐다보는 아빠. ‘진홍이요? 장난만 치는 진홍이가 선물은 무슨.’. 그러자 할머니의 말씀이 걸작이다. ‘그러니까 귀한 선물이지. 장난치는 사과가 어디 있겠니?’. 진홍이는 장난꾸러기인 모양이다. 그 손녀의 장난을 삶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마음이 햇살처럼 넉넉하다.
‘장난치는 진홍이=귀한 선물’. 백번 옳은 말씀이다! 사과가 제아무리 좋은 선물이라 할지라도 진홍이만 한 선물일 순 없잖은가. 그것도 장난을 좋아하는 진홍이다. ‘장난’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즐거움을 만들고 웃음을 생산하는 삶의 에너지다. 아이들에게서 장난을 빼앗아간다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아이들은 장난을 통해서 친구를 사귀고 세상을 알아간다. 올해는 이 땅의 어린이들이 맘 놓고 뛰놀 수 있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썼으면 좋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윤수천 아동문학가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2020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