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멀리 보내는 계절 권영상 계절이 삼동에 와 있다. 찬바람이 온종일 거칠다. 건너편 산, 벌거벗은 나무숲이 음험한 비명을 지르듯 울부짖는다. 새파란 동천에 가득한 건 거친 바람소리뿐 처마 끝 풍경소리마저 은은한 멋을 잃었다. 뜰 마당 배롱나무 가지를 감싸준 보온 테이프가 풀려 나부낀다. 끈을 찾아들고 나가 다시 감아주고 묶는 그 짧은 사이, 냉한 바람에 온몸이 언다. 바람은 하루 종일 대지를 얼려 꾹 침묵하게 한다. 삼동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은 험하기만 하다. 여기는 구름 한 점 없는데 제주와 남쪽 도서지방, 울릉도엔 어제부터 눈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오늘 오후면 내가 머무는 이 곳에도 적지 않은 눈이 내린단다. 문단속을 한다. 커튼과 문틀에 벨크로 테이프를 붙여 바람 들어올 틈을 막고, 뽁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