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숲에서 동박새를 만나다 권영상 4월, 꽃이 지천이다. 겨울을 견뎌낸 목숨들을 위해 자연이 보내는 찬사가 아닐까 싶다. 작은 미물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겨울이란 누구에게나 혹독하다. 목숨을 위협하는 추위와 미물들에게 물 한 방울 내어주지 않는 건기의 목마름은 잔인하다. 먼 바다 건너 남지나 반도에 사는 각시메뚜기는 바람을 따라 북상해 우리나라에서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다. 그들은 다른 곤충들이 알을 낳고 떠나는 것과 달리 낙엽더미나 돌틈에서 맨몸으로 추위의 강을 건넌다. 추위가 한계점에 이르면 몸안의 체액이 얼어 죽고 마는 각시메뚜기의 눈 밑에는 지워지지 않는 슬픈 눈물자국이 있다. 4월에 피는 꽃은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축복의 선물이다. 마을마다 꽃이 한창이다. 매화가 피더니 산수유가 피고, 살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