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운 안마당 풍경 권영상 추석을 앞두면 아버지는 논에 나가 많지도 않게 올벼 대여섯 단을 베어오셨다. 그걸 벼 훑는 기계에 훑어 추석에 맞출 요량으로 멍석에 말리셨다. 그 무렵, 마당엔 올벼만이 아니라 고추밭에서 딴 익은 고추도 한두 멍석 널린다. 그리고 집 뒤 갯가에서 베어온 부들도 마당의 한 자리를 차지하여 마른다. 갯가엔 부들이 많았다. 부들을 베어 말려놓으면 한겨울 일손이 한가할 때 아버지는 그걸로 부들자리를 매셨다. 아직 장판이 없던 시절, 방에 깔기도 했지만 어업하는 이들이 고기잡이배 침실에 깔기 위해 사들였다. 키가 훤칠한 부들은 나무 사다리를 뉘여 놓고 그 위에다 가지런히 말렸다. 농가의 이 즈음의 마당은 아무리 넓다 해도 비좁다. 하지 근처에 캔 감자를 갈무리하는 곳 역시 마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