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 액자 권영상 너무 성급한가? 왠지 봄 느낌이다. 순간 청계산 매봉이 떠올랐다. 나는 집을 나섰다. 양재역 근처에서 안양행 버스를 타고 인덕원에서 내렸다. 거기서 다시 청계사로 가는 택시를 탔다. 청계사에서 원터골로 가는 코스를 몇 번 산행해 본 경험이 있다. 청계사 주차장에서 내려 매봉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 올랐다. 이미 산도 봄 느낌이다. 생강나무 꽃눈이 노랗다. 길옆에 쌓인 가랑잎을 들추니 봄이 파랗게 숨어있다. 오랜만에 왔지만 산은 그대로다. 그때 그 바위를 타고 오르던, 척박한 바위 사이로 뿌리내리며 살던 그 다복솔 숲을 지나 매봉에 올랐다. 멀리 뿌연 하늘을 바라보려니 문득 고향이 아득하다. 아직 정초라 그런가. 고향이 떠오르고, 이제는 계시지 않는 부모님이 떠오른다. 나는 매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