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말 참견 권영상 아침부터 길 건너 장씨 아저씨네 고추밭이 떠들썩하다. 건너다보니 떠들썩한 목소리가 고추밭에 들어선 두 대의 파라솔 밑에서 울려나온다. 장씨 아저씨 부부다. 고추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이슬이 말라가는 고추밭을 흔든다. 파라솔 그늘에 숨어 익은 고추를 따는 모양이다. 장씨 아저씨 춘부장께선 지난해에 돌아가셨다. 그래선지 통 보이지 않던 그 댁 며느리인 장씨 아저씨 아내가 모처럼 나왔다. 젊은 분의 목소리가 무잎처럼 푸르고 싱그럽다. 나도 무밭의 벌레를 잡으려고 방에서 나와 무 이랑에 들어섰다. “저번에 진주엄마 말야. 고지서 봐 달래서 갔더니 글쎄 진주엄마 안경이 장장 여덟 개야! 여보, 놀랍잖아? 뭔 멋을 낸다고 여편네가 안경이 여덟 개야?” 숨죽이며 벌레를 찾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