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단풍나무 3

사람을 더 믿는 새들

사람을 더 믿는 새들 권영상 차를 몰고 다랑쉬오름을 향해 달려 갈 때부터다. 조금씩 내리던 눈발이 거칠어졌다. 오름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눈과 바람이 휘몰아쳤다. “저기 저 조그마한 오름이나 가 보고 말지 뭐.” 아내가 눈보라 사이로 보이는 아끈다랑쉬 오름을 가리키며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이런 날 다랑쉬오름을 오른다는 건 내가 보기에도 무리인 듯했다. 할 수 없지 뭐,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무슨 까닭인지 눈보라가 조금씩 누그러졌다. 나는 아내를 달래어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던 다랑쉬오름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좁은 계단 길을 걸어 오를수록 바람은 제주 바람답게 거세었다. 달리 바람을 피해 오를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였다. 계단 길 주변의 나무들도 바람 때문인지 키가 작았다. ..

잘 못 알고 심은 나무

잘 못 알고 심은 나무 권영상 창가에 중국단풍나무가 서 있다. 10여 년 전에 손가락 굵기 만한 묘목을 심었는데 지금은 지붕보다 더 높이 커 올랐다. 사방으로 가지가 알맞게 벋어 여름 한철 그늘이 좋다. 그늘 뿐 아니라 바람 불 때면 잘잘잘 나뭇잎 부딪는 소리에 귀가 즐겁다. 나는 이 낯선 중국단풍나무라는 묘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안성에 조그만 집을 구하고 창밖에 산딸나무 한 그루 심어보자고 양재동 나무시장에 갔었다. 그때가 4월. 수많은 묘목들 중에서 ‘산딸나무’라고 쓰인 팻말을 보고 샀는데 2,3년 키워보고서야 알았다. 그게 잘못 산 묘목이라는 것을. 나뭇잎이 작고, 모양이 튤립꽃처럼 생겼다.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예민한 나무였다. 사람들은 그게 산딸나무가 아니고 어쩌면 튤립나무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