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내가 말했다권영상 “오늘 어디 좀 나갈 데 없어?”아침에 아내가 말했다.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차렸다.“알았어.”식사를 마치고 어디 마땅히 갈 데도 없으면서 길을 나섰다.캔버스를 세워놓고 붓 한 번 잡지 못하는 아내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집에 누가 있으면 마음이 열리지 않아 불편할 때가 있다. 그게 부부라거나 자식이어도 그렇다. 풍부한 자유를 받아들고 쫓겨나듯 집을 나서고 보니 막막했다. 전철에 올랐다. 그제야 갈 곳이 떠올랐다. 종묘다. 며칠 전, 서순라길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종묘 담장을 끼고 순라꾼들이 다니던 그 길을 걸어 북촌까지 갔었다. 그때 종묘 담장 너머로 보이던 늙은 갈참나무 숲이 궁금했다. 왜 이씨 종묘에 오얏나무가 아니고 갈참나무일까.종로 3가역에서 내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