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피어나는 추억 권영상 창가에 봄이 자라고 있다. 가장 추운 날에, 다가올 봄을 생각하며 물병 위에 양파를 얹어두었다. 그 무렵만 해도 우리가 살던 이곳엔 봄이라곤 없었다. 오직 있다면 영하 10도거나 11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추운 바람뿐이었다. 장갑도 하나면 됐는데 장갑 안에 흰 면장갑을 하나 더 껴야 손이 시리지 않는 매운 겨울만 있었다. 겨울의 거실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불과 서너 시간 동안 햇볕이 들어온다. 건너편에 새로 선 고층 아파트 때문이다. 겨울이면 햇볕 귀한 걸 몸으로 겪는다. 햇볕이 가면 행복도 간다. 행복이 가면 나는 속절없이 중얼거린다. 얼른 봄이 왔으면, 하고. 볕 들 시각이면 나는 그 때에 맞추어 책 한 권 집어 들고 거실로 나간다. 거실 바닥에 수북하니 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