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아는 동네 새들
멋을 아는 동네 새들 권영상 가끔 뜰 마당에 박새가 놀러온다. 내가 혼자 안성에 내려와 우두커니 사는 사정을 박새가 모를 리 없다. 오늘도 동무삼아 나를 찾아와 내가 사는 뜰을 노크한다. 쪼빗쪼빗쪼빗! 나는 가만 일어나 창밖을 내다본다. 한창 꽃 피는 뜰앞 배롱나무 가지에 와 앉았다. 집안을 향해 나를 부르듯 노래한다. 언제 들어도 목청이 또랑또랑하다. 첫눈 내릴 무렵이라든가 가을비 내릴 무렵에 듣는 목청은 왠지 내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박새 목소리엔 묘한 감정이 스며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목소리가 무르익어 제법 멋을 부린다. 목소리 끝을 길게 끌어올린다거나 똑똑 끊는 멋을 낸다. 뜰을 환하게 밝히는 배롱나무 고운 꽃 탓이겠다. 목청도 그렇지만 의복 또한 반듯하다. 쓰고 온 모자도 반듯하거니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