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 2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천성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천성 권영상 시골에 집을 두고 9년을 지내면서도 그간 사다리 없이 살았다. 사다리가 뭣에 필요한데? 그게 사다리를 사지 않으려는 미련한 나의 방어막이었다. 하긴 손바닥만한 텃밭에 토마토 심고 무 심고 사는데 사다리가 대체 무엇에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기둥과 추녀에 방부용 오일 스테인을 칠할 때뿐이다. 그 일은 꼭 해야 되는 일이다. 방부 뿐 아니라 방수, 방충 효과까지 있으니 그럴 때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일도 3년에 한 번씩 하는 작업이다. 근데 그 3년을 용케 발명해 내는 이가 있다. 한 시간 반 거리에 사는 막내조카다. 직장에 다니는 그는 뭘 만들고 고치고 조립하고 밝혀내는 걸 좋아한다. 아뭇소리 안 하는데도 제가 알아서 ‘페인트칠할 때 됐잖아요.’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