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등뻐꾸기의 섬뜩한 생애 권영상 불을 끄고 누웠는데, 건너편 산에서 뻐꾸기가 운다. 검은등뻐꾸기다. 이슥한 5월 봄밤의 자정, 뻐꾸기 소리가 산을 울리고, 마을을 울리고 방안을 찡 울린다. 잠시도 쉬지 않는다. 지금은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인데 뻐꾸기만 홀로 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락방에 올라간다. 건너편 산 쪽으로 난 창문을 연다. 보름 어간이라 달빛이 낮처럼 환하다. 길 건너 고추밭이며 마을집들이 손금을 보듯 환한 밤, 건너편 참나무 숲엔 검은등뻐꾸기가 잠들지 못하고 있다.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은 밤이어도 들어보면 안다. 한결같이 네 음절로 반복해서 운다. 저것이 이 이슥한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우는 까닭이 뭘까. 검은등뻐꾸기는 대만이나 필리핀 그쯤에서 월동을 하고 우리나라로 찾아오는 여름 철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