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그리고 배추꽃 사과 권영상 겨울이 점점 깊어간다. 영하 17도의 혹한 엄습도 한두 차례가 아니다. 한 주일 고비를 넘기고 나면 숨 돌릴 사이 없이 더 무서운 혹한이 찾아온다. 조금 흘려놓은 시골집 수돗물을 단속하러 나는 겨울 내내 안성을 오르내렸다. 딸아이는 대학에서 가져온 프로젝트로 밤을 새우고, 아내는 전시 작품이 촉박하다며 집안일에 손을 놓은지 오래다. 오늘은 설거지 일로 싫은 소리가 오갔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는 얼른 집을 나섰다. 가끔 가던 도서관을 찾았다. 나 같은 처지의 남자들이 거기 구름같이 모여 있었다. 힘들여 찾아간 그 곳을 나와 혼자 추운 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길옆 카페에 찾아 들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따스한 분위기에 마음을 막 녹이고 있을 때다.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