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권영상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뭐 이것저것, 도라지도 한 조각 넣고, 영지버섯도 넣고, 결명자며, 산수유, 대추도 조금 조금 넣고 끓인다. 뭘 알고 넣는 게 아니라 그저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넣는다. 주전자의 물을 끓이노라면 집안이 훈훈해진다. 뽀얗게 오르는 김, 보글보글 끓는 물소리, 주전자 뚜껑 여닫히는 소리, 그런 것들이 스산한 겨울철 집안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꾼다. 주전자는 제 입을 빌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지만 분명히 이타적이다. 한 주전자 잘 끓인 물을 머그컵에 쭈르르 따른다. 두 손을 컵에 대고 뜨거운 물이 만들어내는 그 따끈한 열기를 먼저 즐긴다. 손을 댔다가 앗 뜨거! 하며 또 얼른 뗐다가 다시 댄다. 뜨거운 걸 알면서도 뜨거운 물의 유혹을 이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