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숙 2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아웃 오브 아프리카 권영상 모처럼 쉬는 날. 빈둥빈둥 놀고 싶었는데, 어쩌다 켠 텔레비전에서 불쑥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나온다. 낯익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 덴마크 태생 카렌(메릴 스트립 역)은 아프리카 동부로 옮겨가 부유한 남편 브로와 결혼한다. 하지만 브로는 커피 농장 일을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늘 사냥을 하러 멀리 떠나간다. 남편을 기다리는 일에 지친 카렌 앞에 탐험 여행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가 나타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1900년대 초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식민지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영화다. 1986년 개봉 이후, 극장을 찾아가 몇 번 보았고, 오늘처럼 우연히 보기도 하지만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아름답고 경이로운 아프리카의 자연미다. 아프리..

밤눈

밤눈 권영상 저녁을 먹고 창문을 여니 눈 내린다. 아침부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기온이 푹신하더니, 찬 기운이 슬쩍 돌더니, 고요할 만큼 조용하더니, 끝내 해 지자, 눈 내린다. 투벅투벅 찾아오는 눈이 밤늦은 손님 같다. 먼데서 무슨 좋은 소식을 들고 찾아오시는 나의 당숙 같다. 고향 집에 대사가 있을 적이면 강원도 대화 깊은 산골짜기에 사시는 당숙은 해지고 어둑어둑할 무렵에야 뽀득뽀득 눈을 밟으며 마당에 들어서셨다. 대문이 없었으니 에흠! 헛기침을 하며 들어오시는 당숙은 밤눈처럼 희끗한 회색 두루마기를 입으셨다. 냉한 기운을 잔뜩 옷에 품고 들어오신 당숙은 술자리에 앉자마자 구수한 겨울 이야기를 풀어놓으시곤 했다. 몇 번이나 들었던 호랭이를 만나 서로 먼저 가려고 길싸움을 하시던 이야기, 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