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 오름에서 돌아오다 권영상 다랑쉬오름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2시. 하늘이 무너질 듯 눈이 내렸다. 눈도 눈도 참 어마어마하게 내렸고, 바람도 바람도 참 소문난 제주 바람답게 불었다. “이런 날씨론 난 못 올라가. 가려면 당신이나 가.” 아내가 차창 밖으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손사래를 쳤다. 혼자라면야 바람에 날려 산비탈에 쳐박힌다거나 눈길에 미끄러져 변고를 겪는다 해도 오른다면 오르겠다. 근데 곁에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진다. 한낮인데도 점점 어두컴컴해지고, 지금으로 보아 눈 그칠 기미는 없어 보였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니 험한 날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숙소에서 타온 커피 한 잔을 따랐다. 바람과 바람 사이를 틈타 문을 열고 근방에 계실 천지신명께 커피 한 모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