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오래된 시간 권영상 베란다 창고를 정리하던 중에 낯선 종이박스를 발견했다. 낯설었지만 열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 유품의 일부라며 집에서 받아온 상자였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15년도 더 되는 까마득한 시절에 돌아가셨다. 종이박스를 열었다. 베틀에 앉아 어머니가 삼베를 짤 때 쓰시던 바디와 북이 나왔고, 놋대접과 놋주발이 두 벌 들어있었다. 그리고 박스 바닥에 기억에 가물가물한, 아마 어머미가 쓰셨음직한 옻칠 밥주걱이 나왔다. 밥주걱이 왜 거기 담겨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걸 들고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너무 많이 써서 한쪽 부분이 심하게 닳아버린 삐뚜름한 주걱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닳아 없어진 부분이 자꾸 눈에 걸렸다. 나는 일그러진 달의 본디 모습을 그려내듯 사라진 부분을 그려봤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