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논 2

오리나무가 붉게 꽃 피다

오리나무가 붉게 꽃 피다 권영상 남부순환로 앞에 서면 내 눈이 건너편 산으로 간다. 신호를 기다리며 먼데 산을 바라보는 일은 좋다. 특히 이맘쯤 북향의 산비탈은 더욱 좋다. 거기엔 남향보다 북향을 좋아하는 나무숲이 있기 때문이다. 생강나무, 진달래, 귀룽나무, 오리나무 등이 그들이다. 이들 나무는 대개의 나무들과 달리 남향을 꺼린다. 남향엔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는 햇빛이 있지만 햇빛 때문에 수분이 머무는 시간이 짧은 게 문제다. 그런 탓에 이들 나무는 햇빛보다는 물기를 머금고 있는 서늘한 북향을 가려 산다. 요사이 산을 바라보면 산빛이 붉다. 정확히 말하면 자주에 가까운 붉은빛이다. 오리나무가 개화하기 때문이다. 오리나무도 꽃 피냐 하겠지만 오리나무도 꽃 핀다. 말은 쉽게 하지만 나도 오리나무꽃은 보지..

아버지의 젊은 날의 목소리

아버지의 젊은 날의 목소리 권영상 고향 친지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아무리 코로나가 무섭다 해도 축의금만 달랑 보내기가 미안했다. 당일로 되짚어 오는 ktx 표를 미리 예매했다. 돌아오는 표는 넉넉하게 오후 5시로 잡았다. 예식은 오전 11시였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축하해 주러왔다. 반가운 고향 분들을 만났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냥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열차표를 구실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열차 시간에 대려면 4시간이나 남았다. 예식장소 인근 호수 주변의 습지와 습지를 따라난 둑길을 걸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여유다. 소년 시절, 아버지는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두고 혼자 일하셨다. 그때 내가 아버지를 돕는 일은 소 먹이는 일이었다. 소는 농사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