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 권영상 겨울이 깊어가는 만큼 날도 점점 추워진다. 암만 삼동이어도 겨울이란 본디 춥고 매운 법이지, 하면 그 순간 몸도 마음도 좀 누그러진다. 옷을 단단히 입고 집을 벗어난다. 우두커니 서 있는 동네 산에 산책삼아 오른다. 산은 언제 올라도 좋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좋다. 여름산의 나무숲은 초록 덩어리다. 그런데도 여름산이 좋은 건 ‘모두 초록’인 그 단순함 때문이다. 작은 생명들은 그 단순한 초록에 몸을 숨기고 살 수 있어 생존이 덜 힘들다. 그런가 하면 겨울산의 숲은 속살을 다 드러낸다. 모두 버리고 헐벗은 탓에 나무 저 자신도 그렇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도 허전하다. 텅 비어있다. 솔직히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너무 멀다. 여름날에 본, 간극 하나 없을 것 같던 친밀감이 마치 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