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천성 권영상 시골에 집을 두고 9년을 지내면서도 그간 사다리 없이 살았다. 사다리가 뭣에 필요한데? 그게 사다리를 사지 않으려는 미련한 나의 방어막이었다. 하긴 손바닥만한 텃밭에 토마토 심고 무 심고 사는데 사다리가 대체 무엇에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기둥과 추녀에 방부용 오일 스테인을 칠할 때뿐이다. 그 일은 꼭 해야 되는 일이다. 방부 뿐 아니라 방수, 방충 효과까지 있으니 그럴 때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일도 3년에 한 번씩 하는 작업이다. 근데 그 3년을 용케 발명해 내는 이가 있다. 한 시간 반 거리에 사는 막내조카다. 직장에 다니는 그는 뭘 만들고 고치고 조립하고 밝혀내는 걸 좋아한다. 아뭇소리 안 하는데도 제가 알아서 ‘페인트칠할 때 됐잖아요.’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