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리가 나는 거리 권영상 비 그친 저녁이다. 노을이 붉게 하늘을 덮는다. 갑자기 맥주가 생각난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나이를 먹느라 내 몸이 느끼는 감정은 자연히 뒤로 밀렸다. 다가오는 현실만 보며 살았다. 술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한때 그런 호기를 부렸는데 차츰 술과 멀리 떨어져 지낸다. 이러다가 술이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할 때다. 그런데 오늘 그 감정이 돌아왔다. 나는 청바지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혼자 골목길을 걸어 카페 옆 맥주집에 들어설 때다. 길 건너 빌딩, 팍스 뮤직 음악원에서 피아노곡이 조용히 울려나온다. 가뇽이다. 나는 잠시 멈춘다. 피아노 소리가 노을에 묻혀가는 이 거리를 나직이 흔든다. 가끔 이 거리에서 만나는 피아노지만 오늘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