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 4박 5일
1. 부켄베리아에 물든 다리고성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윈난성은 주도가 쿤밍昆明이다. 2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해발 1890미터의 고원 도시다. 기후가 온난해 겨울이 없고 사계절이 봄처럼 온화하다. 지난해엔 눈이 내리긴 했지만 비교적 따뜻해 ‘춘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뒤 4시간 만에 도착한 쿤밍의 첫인상은 부켄베리아와 함께 한다. 숙소나 민가의 담장마다, 공원마다, 아니 가로마다 온통 붉고 화사한 부켄베리아 꽃으로 뒤덮여 있다. 또 하나 숨죽여 피는 보랏빛 아프리카 벚꽃 자카란다가 우리들 시선을 빼앗았다. 낭만과 행복의 꽃이라는 자카란다의 보라와 붉게 빛나는 부켄베리아가 윈난성 쿤밍의 아침을 깨웠다.
쿤밍에서 다리大里까지
우리를 태운 운남성 항공 럭키는 한적하고 조그마한 적토의 시골 비행장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다리다. 소형버스에 올라 얼하이 호수를 끼고 달렸다. 얼하이 호수는 사람의 귀를 닮은, 바다만큼 큰 호수라 하여 이해耳海라고 불린다. 호수 왼쪽에는 해발 4000미터 히말라야 끝자락 창산蒼山이 길게 내리달리고, 창산과 얼하이 호수 사이에 우리의 목적지 다리고성이 있다.
다리는 남조와 다리국의 500년 도읍으로 백족白族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흰색을 사랑하는 민족으로 그들이 거주하는 정착지의 집들 외벽은 다같이 희고,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살아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피부도 희고, 옷도 흰옷을 즐겨 입는다.
다리는 성으로 둘러쳐진 고성으로 동에서 남까지 1,5킬로미터의 대로가 중심 도로다. 도로 주변은 낡고 오래된 건물들로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주로 건과일, 의류, 날염, 공예, 은가공품 등을 팔고 있었다. 관광객들로 넘쳐나 자칫하면 동행을 잃어버리거나 앞사람의 발에 걸려 쓰러질지도 모를 만큼 붐빈다. 세 개의 성문을 지나서야 길은 끝났다. 1985년에 다리시 중점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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