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에서 날아온 가을 풍경
가을을 불러들이는 펜실베니아의 전령사들입니다.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내 친구 류형은 카메라를 차에 싣고 집을 나가
오래된 사냥꾼처럼 가을을 바인더 속에 잡아가지고 돌아옵니다. 그 지극정성이 벌써 3년째입니다.
작가가 글에 전념하듯 그의 사진에 전념하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가을이 산록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가을과 함께 그 가을 속에 살고 있는 나무며 산짐승들의 서늘한 눈빛과 번쩍 여는 귀가 보입니다. 어쩌면 가을은 야생들에게 겨울을 알리는 화려한 경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류형은 내 고향 강릉 초당 사람이고, 그는 나의 초등학교 후배이면서 나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그는 마을의 맨 윗집에서 살았고, 나는 마을의 맨 끝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렇게 친구가 되었네요.
펜실베니아의 가을도 다 끝나갑니다. 목초지도 정리되었고, 나뭇잎도 다 떨어졌습니다.
오늘 아침 류형의 메일에서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 한 해가 그 쪽의 하늘로 지나가고 있나 봅니다.
머지않아 우리네 대지에도 서리가 내리고 또 어느 땐가 눈이 내릴테지요.
그때까지 햇빛 투명한 이 가을 나뭇잎이 당신의 기억 속에 온전히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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