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잘 쇠세요.
어제가 신정 같더니
오늘 벌써 설을 앞둔 그믐입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의 말씀으론
떡국은 오늘(섣달 그믐) 먹었답니다. 이웃 어른을 찾아가
세배를 드리는 것도 오늘 치루는 행사였답니다.
설인 내일은 조상님께 차례를 드리는 날이었고요.
우리가 모르는 풍속이 많아요.
결혼식도 실은 요즘처럼 낮이 아니라 해질 무렵에 시작해
자연스럽게 밤으로 이어져
신랑신부의 혼야가 있었다지요.
그게 유목민의 풍습이니까요.
설 잘 쇠세요.
다들 먹는 일이 싫으시겠지만 나이도 한 살
못이기는 체 잘 자시기 바랍니다.
매일 밥 먹듯 나이를 먹어왔으니
나이 먹는 일이 그닥 낯설지는 않겠지요.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분들
조심조심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안 드는 일 있어도 꾹 참고
확 내뱉고 싶은 말도 꾹 참고
티격태격 할 일도 그저 참고 잘 다녀오세요.
저도 차 안에서 엄청 싸웠습니다.
근데 이제 와 보니 그걸 자식이 고대로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저는 서울을 지키기 위해 여기 남기로 했습니다.
좋은 설 되시길 빕니다.
오동나무집 사랑방 주인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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