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년 12월 3일
[가슴으로 읽는 동시] 깃털
깃털
권영상(1953~ )
참새 깃털
하나
길섶에 떨어졌다.
오늘 밤
요만큼
참새가 추워하겠다.
추위가 닥쳤다. 햇볕도 체온이 내려갔다. 나무와 풀뿌리도 춥겠다. 토끼와 다람쥐, 동물들은 추위에 어떻게 지낼까. 오스스 떨고 있겠지. 풀숲에서, 굴속에서, 나무에서. 털로 감싼 몸인들 어찌 떨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박새야, 굴뚝새야, 산비둘기야 춥지? 작은 동물에게까지 마음 쓰도록 이끌어가는 시다. 앙증맞다.
아침부터 뜰을 찾아와 재잘재잘 노래 불러주고 간 참새야, 춥겠구나. 길섶에 깃털을 떨어뜨리고 갔으니. 깃털이 하늘하늘 떨고 있네. 어쩌나, 오늘 밤 추위를 어떻게 견디나. 얼마나 추울까. 시인은 ‘요만큼 / 추워하겠다’고 표현했다. 깃털 하나 빠진 만큼. 추위의 정도를 이렇게 양으로 나타내다니! 곧 한파가 몰려올 것이다. 모두가 겨울을 떨지 않고 걸어갔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박두순 동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