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의 문장 부호 사용 비사용에 관하여
권영상
지난 9월, 우리 문학회 신현득 고문께서 귀한 전화를 해 주셨습니다.
우리 동시에 문장부호가 제대로 안 쓰이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 경향을 저도 보고 있습니다’ 며 어정쩡한 대답만 드렸을 뿐 반드시 써야한다 말아야 한다, 그런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후, 아동문학 문예지(2019년 여름호)와 각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동시집(근간)을 한번 살펴봤습니다.
문예지로는 <시와동화>, <열린아동문학>, <아동문학평론>, <어린이와 문학>, <동시마중>, <동시먹는 달팽이>, <동시발전소> 이렇습니다.
이 중에 문장부호를 정확히 지키는 곳은 <아동문학평론>이었고, 다른 문예지들은 혼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시인이 보내준 원고대로 부호를 사용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듯 했습니다. <동시발전소>는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좀 짙어 보였습니다. 스물일곱 분의 동시 중에 사용한 분의 동시가 다섯 편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은 시인의 원고를 존중하는 듯 했습니다.
문장부호 사용에 대한 경향은 대개 이렇습니다. 정확히 사용하는 동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동시, 온점(마침표)만 사용하는 동시, 온점도 시의 맨 끝에만 사용하는 동시, 온점을 제외한 다른 부호는 대체로 사용하는 동시 등입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한 분의 두 작품 중에서도 한 편은 부호를 사용하고, 다른 한 편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 말이지요.
연결어미 뒤의 반점(쉼표) 사용은 대부분 꺼리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각 출판사가 출간한 동시집을 일별해 보았습니다.
일별한 출판사는 <문학동네>, <사계절>, <문학과 지성사>, <창비>, <아동문예>, <청개구리>, <푸른사상>, <소야> 입니다.
이 중 온점을 사용하지 않는 곳은 <문학동네> 한 곳이었습니다. 그 외의 출판사들은 시인의 원고에 따라 사용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혼용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일에서 발견한 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특별한 곳이 아니면 반점 사용을 기피한다는 점입니다.
온점(마침표) 사용에 있어서는 사용을 고심하거나 분명히 거부하거나 또는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얼마간 치루어야할 혼란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는 어린이에게 주는 시니까 당연히 문장 부호가 바르게 쓰이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 창작 경험에 비추어보면 시를 쓰면서 거치적거려온 게 또한 문장부호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 반점(쉼표)이 가장 눈에 거슬렸고, 시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느꼈는지 이제 반점은 시에서 거의 퇴출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온점(마침표)은 본디 그 역할이 글을 마친다는 종결부호입니다. 시는 여운의 문학인데 온점을 찍어두면 여운을 차단하는 격이 되는 거지요.
또 하나가 인용부호입니다. 시에 나오는 대화에 인용부호를 사용해놓고 보면 산문 모양새가 나 저는 오래 전부터 인용부호 대신 대화의 앞머리에 가운뎃줄(-)을 넣거나 아무 부호없이 그냥 쓰거나 독립된 행을 마련해주거나 합니다.
그외 문장의 종결어미 끝에 붙이는 종결 부호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말의 종결어미는 '-다, -까, -ㄴ구나, -자, -라' 인데 보다시피 따로 종결 부호( . , ?, !)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종결 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또다시 종결부호를 붙인다는 건 일종의 군더더기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 부호 사용처가 명료하지 않은 경우가 우리 말엔 많습니다. 대개 느낌표나 물음표 들어설 자리가 애매한데 이 경우 저는 온점을 쓰고 있습니다. 시에 느낌표가 들어가면 어떻게 보일까요. 시인이 시를 격한 감정으로 쓴 듯 하고, 또한 시인의 감정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요인들이 어쩌면 문장부호 사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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