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촛대바위를 사랑한 시인 권영상 집을 나설 때다. 문자 메시지 수신음이 바지 주머니에서 들렸다. 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세상과 딱히 소통하고 싶지 않은 일요일 오후 3시경. 늦가을 집 근방 느티나무 오솔길에 들어섰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인데도 노란 느팃잎이 더는 견딜 수 없는지 맥없이 쏟아졌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그런 오묘한 한낮에 나는 홀로 숲길을 가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또 한 차례 수신음이 들렸다. 마지못해 메시지를 열었다. 떨어지던 낙엽들이 갑자기 뚝 멈추었다. 김진광 선배의 사망 소식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열지나 말걸! 가슴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선배가 이 가을에 왜 간다지? 나는 휑한 정신으로 중얼거렸다. 비록 우물거리는 말투였지만 선배의 목소리를 들은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