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4

나의 동시 나의 이야기

참새야, 미안해권영상   참새 깃털하나길섶에 떨어졌다. 오늘밤요만큼참새가 추워하겠다.  -‘깃털’  솔직히 참새에 대해 미안한 게 많다. 내가 쓴 시들 때문이다.참새들은/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지 않고 / 편안히 사는 데 쓰지.// 개똥지빠귀도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어/ 험난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데 쓰지. ‘지도’라는 시다. 듣기에 따라서는 텃새와 철새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도에 얽매여 경계를 넘지 못하는 참새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다. 나는 그때 그걸 발표해놓고 혹시 어떤 참새분이 쩝쩝 입맛을 다실까봐 걱정했다.‘참새의 하늘’이란 시에서는 참새는 마을 초가지붕 높이 이상의 푸른 하늘을 탐내지 않는다고 쓴 적도 있다. 그 시 역시 빈정거림이 약간 ..

문학비평 2024.06.30

가슴으로 읽는 동시, 깃털

조선일보 2020년 12월 3일 [가슴으로 읽는 동시] 깃털 깃털 권영상(1953~ ) 참새 깃털 하나 길섶에 떨어졌다. 오늘 밤 요만큼 참새가 추워하겠다. 추위가 닥쳤다. 햇볕도 체온이 내려갔다. 나무와 풀뿌리도 춥겠다. 토끼와 다람쥐, 동물들은 추위에 어떻게 지낼까. 오스스 떨고 있겠지. 풀숲에서, 굴속에서, 나무에서. 털로 감싼 몸인들 어찌 떨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박새야, 굴뚝새야, 산비둘기야 춥지? 작은 동물에게까지 마음 쓰도록 이끌어가는 시다. 앙증맞다. 아침부터 뜰을 찾아와 재잘재잘 노래 불러주고 간 참새야, 춥겠구나. 길섶에 깃털을 떨어뜨리고 갔으니. 깃털이 하늘하늘 떨고 있네. 어쩌나, 오늘 밤 추위를 어떻게 견디나. 얼마나 추울까. 시인은 ‘요만큼 / 추워하겠다’고 표현했다. 깃털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