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2

전기가 나갔다

전기가 나갔다 권영상 어제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안전검사와 보완공사로 오늘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전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건 며칠 전부터 엘리베이터 게시판에서 보아왔다. 그때만 해도 아, 그런 모양이구나 하고 말았다. 근데 오늘, 아침 산행을 마치고 9시쯤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아파트를 떠나고 있고, 엘리베이터는 멈추어 있었다. 계단을 걸어 오르는 내게 정전의 현실감이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가려던 곳을 떠올렸으나 막상 가려니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았다. 식사나 하려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나의 바깥 세상과 관계해 보려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가을이 들어서고 있는 오늘 하루를 차분히 생각했다.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거기였다. ..

은에비

은에비 권영상 명주실파람에 매달려 나리는 은에비. 느릅나무 숲에 숨어 우는 때까치 을음보다 더 가벼운 은에비에 뒤뜰 장독대에서 보던 하늘이 묻어온다. 발그랗게 뒤 뜨락 가득 석류가 익을 적에 구름을 벗던 푸른 하늘이 어깰 감추며 온다. 요 작은 것으로도 남몰래 남몰래 하늘은 내려오는가 보다. *은에비 - 강릉지방에서 쓰는 빗말. 가랑비보다 더 가는 비 동시집 1985년 아동문예사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