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좌표 권영상 아침 식사 후 동네 산에 올랐다. 이틀에 한 번씩 오르는 산인데 그 이틀이라는 시간이 때로는 헷갈린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산행이고 보니 어제 산에 올랐는지 아닌지 기억이 모호할 때가 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머리 감는 일 역시 그렇다. 어쩌면 정신 쏟는 일이 따로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의심하며 산마루까지 올랐다가 되짚어 돌아내려 올 때다. 잣나무 숲길에서 청설모를 만났다. 잣숲에서 청설모를 만나는 거야 신기할 게 없다. 잣이 익는 가을이 아니어도 잣숲에 청설모는 사시사철 눌러 산다. 그러니 청설모를 본다는 게 별반 놀라울 것도 없다. 청설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쯤이야 흔할 테니 청설모 역시 사람을 봐도 별로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