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시는 7층 할머니 권영상 7층 할머니가 이사 가신다는 말을 요 얼마 전에 들었다. 어머니 같은 분이 떠나신다니 섭섭했다. 같은 아파트 같은 줄에서도 알고 지내는 분은 그 분뿐이다. 아파트 마당에 들어설 때면 할머니는 가끔 현관 앞 계단에 앉아 계시다가 아이쿠, 하며 일어나시곤 했다. 나이 먹은 모습을 보여드려 미안하다며 늘 안절부절이셨다. 여든 넷. 하얀 머리에 옥색 블라우스, 그 위에 실로 뜬 조끼를 즐겨 입으셨다. 할아버지 계실 때엔 꼭 두 분이 함께 다니셨다. 하얀 양복에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지는 항상 단장을 짚으셨다. 할머니는 늘 연로하신 할아버지 뒤를 따라 걸으셨다. 할아버지 걸음걸이를 살피느라 그러시는 것 같았다. 퇴근길에 만나면 내외분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