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2

지구와 지구인의 엇박자

지구와 지구인의 엇박자 권영상 “저기 저 나무들 좀 봐. 이상해.”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고속도로 변에 줄지어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를 가리킨다. 날씨가 너무 더위 말라죽는 게 아닐까, 아내가 재차 걱정이다. 얼핏 보기에도 나무 빛깔이 단풍이 든 것처럼 붉다. 아니 붉으데데하다. 길을 따라가며 서 있는 수십 그루의 메타세콰이어들이 지금 한창이어야할 초록색을 잃어가고 있다. 양지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안성 시골집으로 가는 국도에 들어섰다. 서울을 벗어났다고 특별히 시원하지 않다. 차창을 열 때마다 훅, 몰려들어오는 폭염에 놀라 얼른 창을 올린다. 지구 온난화 시대를 지나 지금은 ‘지구가 끓는 시대’라던 유엔기구 수장의 말이 실감날 정도다. 안성집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불쑥 띄는 게 있었다. 울타..

유난히 고운 뜰안의 배롱나무꽃

유난히 고운 뜰안의 배롱나무꽃 권영상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다. 진한 분홍이다. 10년생 나무를 심어 가꾼 지 8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뜰안이 꽃으로 환했다. 지나가는 이들이 길을 멈추어 꽃 이름을 물을 정도였다. “아, 배롱나무요! 꽃빛이 참 곱네요.” 다들 그랬다. 배롱나무는 여름 꽃이다. 계절이 초록으로 지쳐갈 무렵 꽃나무가 벌이는 어쩌면 꽃들의 마지막 축제다. 이후로 꽃 피우는 나무는 내가 알기로 없다. 뜨거운 여름의 축제답게 꽃이 화려하다. 그러나 절대 야하지 않다. 오히려 격조 있다. 병산서원 경내의 배롱나무며. 밀양의 표충사, 선운사 절마당의 배롱나무 꽃 역시 곱고 품격 있다. 고향 조부님 댁에도 사랑채 밖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다. 젊은 날, 여름방학을 얻어 백부님을 뵈오러 갈 때면 배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