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

나는 가을을 사랑했다

나는 가을을 사랑했다 권영상 가을을 사랑했다. 그때 나는 중 2 였고, 첫사랑이었다. 우리가 만난 건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중2 때 병명도 모르는 상태로 병원에 장기 입원했다. 아무 문제없던 나의 일상이 하루아침에 헝클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었고,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중심지에 있었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저녁 무렵 4킬로미터가 넘는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내가 가을을 만난 건 그때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만난 적은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 스쳐지나가는 사이였다. 손을 잡거나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은 궁금함이 없었다. 그러나 엄마가 입원한 그때는 달랐다. 세상..

가을을 떠나보내며

가을을 떠나보내며 권영상 가을이 떠나고 있다. 오랜 만남을 뒤로 한 채 떠난다. 가을도 사람의 사랑처럼 작별이어도 그리 매정한 작별이 아니다. 머뭇거리거나 가야할 시간을 놓치거나 그러면서 떠난다. 잠깐 산에 오르기 위해 아파트를 나선다. 길 위에 가을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우리가 잠든 밤에도 서둘러 떠나야할 만큼 가을은 갈 길이 먼 모양이다. 길이 온통 느팃잎으로 뒤덮여있다. 떠나가는 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 길을 따라 가을이 마을로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떠날 때는 이처럼 확연히 눈에 띈다.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가을은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길 위에 내려선다. 혼자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모습도 곱지만 마치 순례자들처럼 여럿이 내려서는 모습도 아름답다. 건듯 부는 바람을 못 이겨 아주 뭉텅 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