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체 자전거 타기 대회라니
권영상
인터넷을 뒤적이다 내 눈이 달려간 곳이 있다. 나체 자전거 타기 대회라는 기사다. 때로는 틀에 박힌 지루한 기사보다 솔직히 이런 기사에 눈이 먼저 간다. 공원에서 남녀가 은밀한 행동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거나, 어느 나라의 스튜어디스들은 비행하는 기내에서 승객들과 키스를 한다거나 관계를 가진다는 기사들.
이런 기사가 나와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인터넷을 열면 가끔 그런 데를 쏘다닌다. 그러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서비스를 신청한 적도 있다.
‘세계 나체 자전거 타기 대회’.
지난 2월, 호주 멜버른에서 이 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2004년부터 사이클리스트들의 안전과 유류사용 억제를 위한, 일종의 환경보호 차원이란다. 그들이 이번에 애용한 거리는 St Kida Beach.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헬멧 하나만 쓰고 벌거벗은 몸으로 자전거를 탄다. 등에 'onE LESS CAR' , 'SHORT THE ROAD', 'PUT PENNY IN SLOT' 등의 구호를 쓰고 뜨거운 햇빛 아래를 달려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처음엔 참 한심한 사람들이구나! 했다. 자동차 없는 길 만들자고 할 바에야 주청사나 관련기관 앞에 가 시위나 할 것이지 왜 벌거벗고 이러냐 했다. 그러다가 이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구호에 나의 비난은 멈추었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끼리 옷을 벗고 길거리에 나서는 일이 어쩌면 작은 행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본디 옷을 벗고 살았다. 아주 먼 옛날엔 그렇게 살았는데 옷을 입고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그 일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속박하는 옷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정도만 다르지 누구나 그렇겠다. 비로소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 대회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든다.
자전거를 타고 거기 모인 사람들은 그 순간, 얼마나 짜릿하고 행복했을까. 용감한 자신 때문에 얼마나 자신이 기특하고 또 얼마나 산뜻한 희망에 부풀었을까. 옥죄기만 해온 나의 육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나는 그만큼 용감해질 수 있을까.
그들이 위대해 보인다. 가끔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어딘가에 이런 일쯤 일어나고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매양 인습으로 죄없는 자신을 똘똘 휘감고, 분초를 따지며 숨막히는 출근을 하고, 꼬박꼬박 세 끼 밥을 챙겨먹고, 아이 낳아 비싼 학비 들여가며 공부시키고, 그들이 낳아놓은 아기를 받아 늙도록 키워주고,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 찌들려 살 때 이 세상 어딘가에선 우리와 너무도 다른 일이 일어나 주기를 가끔 기다린다.
누구는 할일을 팽개치고 멜버른으로 달려가주길 바란다. 영혼이 자유로운 누구는 그 소소한 행복을 위해 속박하는 현실을 분연히 벗어던져주길 바란다. 그들을 통해 남의 눈을 지독히 의식하며 사는 나를 위로하고 싶다. 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이야말로 우리 세상을 숨 쉬게 만드는 오아시스가 아닐까. 밤새도록 삼바춤을 추는 나라가 있다. 토마토를 던지고, 아내를 거꾸로 둘러메고 달리는 나라가 이 땅 어딘가에 있다.
사회는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을 억누른다. 성숙한 시민이라는 딱지 때문에 내 입에선 욕설이 사라진지 오래고, 클랙션을 울려본지 오래고 과속의 욕망을 억누르며 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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