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장에 팔려나온 봄
저번 안성으로 내려오느라 근처 꽃시장에 들렀습니다.
좋은 꽃나무들도 많았지만 예쁜 꽃들도 정말 눈부실만큼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욕심 같으면 한 포기 한 포기 다 사들고 오고 싶었습니다. 봄꽃이란 게 또 좀 요사스럽나요. 사람을 유혹하지요. 마음을 홀빼앗는게 봄꽃입니다. 그러니까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집안에 함께 사는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경계하라는 게 봄꽃입니다.
다 좋은 데 꽃이름을 모르겠어요. 마치 스쳐지나가는 여인의 향수처럼.
양귀비 같은데 아니고, 천리향 같은데 아니고, 마가레트 같은데 이름이 약간 다르고 그렇습니다. 찍어놓고 보니 예뻐 이름도 성도 모르는 채 올립니다.
팔려나온 꽃들이라 왠지 애잔합니다.
봄이란 가벼이 왔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봄꽃의 운명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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