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발자국 비 오는 날의 발자국 권영상 시멘트 길 위에 찍어놓고 간 누군가의 발자국. 그 발자국에 가을 빗물이 고인다. 발자국을 두고 간 그 사람은 어디 살고 있을까. 지금 그의 양말이 고요히 빗물에 젖고 있을지 모르겠다. 발이 축축해지는 것 같아 자꾸 발을 문질러주고 있을지 모르겠다. 가을비 오는 날 내 발도 거리로 나가고 싶어 한다. 어쩐지 양말이 젖는 것 같다. 2023년 겨울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3.10.11
눈 오는 아침 눈 오는 아침 권영상 펄펄 눈 내리는데, 사라진 길을 더듬어 아침이 나를 찾아왔다. 문을 열고 나가 호호 손을 불며 찾아온 아침을 맞는다. 펄펄 눈 내리는데, 발자국 하나 없는 길을 찾아찾아 아침이 우리집에 왔다. <서울문학> 2020년 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