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재하는 이유 권영상 베란다에 십자매 두 마리가 산다. 언젠가 조롱의 문을 밀치고 십자매가 날아 나왔다. 저들도 놀랐는지 소란하게 울었다. 조롱 속에 갇혀 사는 새들로만 여겼는데 넓은 공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모습에 나도 놀랐다. 그후 그들은 심심하면 조롱에서 나와 난초 화분에 폴짝 앉고, 난초잎에 부리를 부비며 놀았다. 또 언젠가는 거실 텔레비전 위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는 베란다에 세워둔 플라스틱 빗자루의 비 모숨을 뽑아대고 있었고, 언젠가는 방석의 레이스를 풀어내고, 물통 곁에 떨어진 물을 콕콕 쪼아먹곤 했다. 조용히 그걸 지켜보는 일이란 즐겁다면 즐겁다. 소소하지만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기쁨이 잔잔하게 살아오르는 느낌을 그렇게 경험하곤 한다. 십자매가 우리집에 온지 벌써 7년째다. ..